기자) 북한 학자 6명이 캐나다-북한 지식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달 초부터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건가요?
박경애 교수) 캐나다-북한 지식교류협력프로그램(KPP)입니다. 지식 공유를 통해 학술 교류를 촉진하고 캐나다와 북한의 학술 교류 목적으로 북한의 인재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기자) 언제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까?
박경애 교수) 2011년부터 매년 북한의 대학교수들 6명을 저희 학교에 초청해서 6개월간 연구 사업과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가 8년째입니다. 작년까지 공부하고 돌아간 사람이 40명입니다. 지금 또 6명이 오셔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올해는 어떤 분들이 왔습니까?
박경애 교수) 작년까지 전공 분야가 경제, 경영, 무역, 금융 이런 분야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들을 초청했는데, 올해는 여섯 분 가운데 세 분은 이런 경제 경영 분야이고 나머지 세 분은 처음으로 저희 산림대학에 오셔서 산림 쪽에 공부하고 가시는 분들로 초청했습니다.
기자) 산림학 교수들이 처음으로 왔다는 게 특이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박경애 교수) 아시다시피 북한도 산림에 관심이 있고, 남북관계에서 남쪽이 제일 먼저 하려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산림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학교가 산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고, 북쪽도 김일성종합대학에 작년에 산림대학이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그래서 거기의 교수분들이 우리 학교에 처음으로 오셔서 저희 학교와 학술교류 차원에서 공부도 하시고 앞으로 어떻게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까 이런 여러 사안도 논의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저희 학교에서 강의를 들으실 겁니다.
기자) 북한의 산림 문제, 황폐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유엔과 여러 학술 자료를 통해 이미 공개된 사실입니다. 어떤 우려가 있고 이 프로그램이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박경애 교수) 제가 산림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일단 저희가 그쪽의 산림이 많이 황폐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나무를 심고 있는데, 일단 나무를 심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심은 나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병충해를 예방하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또 그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학문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김일성종합대에 산림대학이 처음 생겼으니까 여기에서 가르치는 교수분들이 저희 학교에 와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본인들이 직접 강의도 들어보고 앞으로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자기들이 여기서 배운 지식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졸업한 뒤 국토환경보호성이나 다른 분야에 가고 직업을 구해 북한의 산림 보호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학자 6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떤 강의를 듣고 무슨 활동을 합니까?
박경애 교수) 이분들이 오시면 처음에는 일단 영어 프로그램을 여름 동안 듣습니다. 그리고 9월 학기가 시작하면 자기 전공 분야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해서 저희 학교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따로 강의를 조직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이미 제공하고 있는 여러 강의들 중에 본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강 신청을 해서 듣지요. 그래서 여기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들으십니다. 여섯 분이 또 그룹 프로젝트를 합니다. 저희 학교의 비즈니스 스쿨과 산림대학의 교수들의 지도 아래 페이퍼를 쓰고 가셔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캐나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필드 트립(현장 학습), 토론토나 오타와, 밴쿠버 안에서 이런 필드 트립을 몇 회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 7~8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박경애 교수) 글쎄요. 성과라는 것은 그분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다른 나라에서는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고, 어떤 코스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얘기들 하십니다. 자기 전공 분야의 지식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교류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할까? 물론 학문적 환경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문화적 이해도 높아지고. 그래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됐고,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목적도 제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있었습니다.
기자) 캐나다 정부는 북한에 비판적 개입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프로그램에 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박경애 교수) 캐나다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줘야 여섯 분이 이곳에 오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프로그램 시작부터 정부와 많이 토론하고 컨설테이션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많이 지지해 주셔서 지금까지 8년 동안 연속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죠.
기자) 북한과의 프로그램에 사실상 산파 역할을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박경애 교수) 제가 정치학을 하다 보니, 북한과 북미 관계도 그렇고 캐나다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와 교류가 많지 않았죠. 정치적으로 힘든 관계가 몇 십 년 동안 유지돼 왔죠. 제가 볼 때 정치적으로 환경이 어려울 때는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죠. 그래서 학술 분야가 가장 효과적인 채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태어났든지 교육을 받을 권리, 접근이 허용되어야 하고 교육을 받을 권리는 인류 보편적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나라 사람이든 UBC 와서 공부하게 된다면 인권 문제에도 공헌하는 게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최근 남북·미북 정상회담, 북한 정부가 경제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바람이 더 있으신가요?
박경애 교수) 개인적으로 더 욕심을 내자면 저희 프로그램이 더 확대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지금까지 여기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자기 나라의 경제 정책에 대해 많이 조언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해서 자기 나라의 경제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김일성종합대 산림과학대 교수 3명 등 북한 학자 여섯 명이 이달 초부터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연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이 대학 박경애 교수로부터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