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of America, “[심층취재] 북한, 기후변화 관심…’체제 유지·경제적 이득 목적’,” March 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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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March 8, 2017
지난 2015년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라선시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라선시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은 체제 보존과 경제적 이득을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이라고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국제원조 사용에서 투명성을 개선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몇 년 새 기후변화 문제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가입했고,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 외무상 등 고위급 관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직접 기후변화 문제를 강조했다고, 한국 아산연구원의 최현정 연구위원은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현정 연구위원] “관심이 특별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건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 노작을 내는데… 이건 정책기조를 담은 건데 김정은이 최초로 발표한 노작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응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북한은 몇 년 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두 번째 국가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명수정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명수정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뚜렷한 온난화 경향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사회경제, 환경적 기반의 구축과 적응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발생하는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과 이에 대한 주요 적응 조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던 박경애 캐나다-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VOA’에, 북한 관리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애 교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자기네들도 연구를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 열리는 회의에 해외 학자들을 데리고 들어갔는데 이 사람들도 북한 사람들이 기후변화라든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박 교수는 북한 관리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정보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기후변화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체제 보존과 경제적 이득 때문입니다.

아산연구원의 최현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 등 과거 경험을 통해 기후변화가 자신들 체제에 미치는 위협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현정 연구위원] “기후변화가 정치적인 면에서는 장마당이라든지 중앙집권적인 공공배급제가 파괴한다든지 정권에서 원하지 않은 사회적 변혁을 가져왔었거든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북한 정권은 기후변화, 자연재해가 유발하는 체제 유지에 반하는 위협을 충분히 학습했습니다.”

큰물 같은 기후변화가 가져온 재해가 북한사회를 밑바닥에서부터 변화시키는 등 기존 체제를 위협했다는 것입니다.

최현정 연구위원은 이런 사실을 간파한 북한으로서는 체제 유지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이유로 경제적 이득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의 벤저민 하비브 교수는 북한이 특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비브 교수] “Technology of energy sector…especial renewable energy…”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를 개발해 기후변화도 막고 자신들의 부족한 전력 사정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또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한으로서는 다른 나라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볼 수도 있다고 하비브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개발 같은 기후변화 대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해외원조’나 ‘협력’도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경제적 이득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해외로부터의 지원으로 관련 사업 집행에 필요한 돈과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이루려면 북한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의 벤자민 하비브 교수는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꼽았습니다.

[녹취: 하비브 교수] “Nuclear politics is obvious one…”

북한 핵 문제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북한의 노력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하비브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의 지원이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북한를 둘러싼 위험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투명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습니다. 한국 아산연구원 최현정 연구위원 입니다.

[녹취: 최현정 연구위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국제 지원을 받아 가지고 이게 북한사회 전반에 골고루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있는 소수에 집중되지 않느냐는 의심이 옛날부터 있었거든요. 모든 국제 지원이 북한이 들어갈 때마다 있었던 의심인데, 이런 의심을 해소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기후변화 대책이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도시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에너지 증산을 앞세우는 정책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밖에 삼림 복구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박경애 교수는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삼림을 복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명수정 연구원 역시 파괴된 삼림이 기후변화 피해를 가중시킨다며 삼림생태계를 복구하는 것이 북한 정부에 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Source: http://www.voakorea.com/a/37538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