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sun, “Interview With UBC Professor Kyung-Ae Park, Who Recently Returned From North Korea (방북길서 막 돌아온 박경애 UBC교수 인터뷰),” August 21, 2017

방북길서 막 돌아온 박경애 UBC 교수 인터뷰

하주희 기자 everhope@chosun.com

▲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시국에도 누군가는 평양을 드나든다.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그중 한 명이다. 박 교수는 ‘캐나다-북한 지식교류 협력 프로그램(Canada-DPRK Knowledge Partnership Program·KPP)’을 이끌고 있다. 7년 전부터다. ‘지식교류’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방문교수 프로그램, 국제회의 개최, 해외 현장학습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진행 중이다. 북한과 미국 간의 설전이 한창이던 7월 31일부터 8월 3일, 백두산과 평양에서 두 개의 워크숍을 열었다. 주제는 ‘물자원과 폐기물관리’. 북한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들어온 박 교수를 지난 8월 10일 만났다.

물자원을 다룬 이유가 있나. “북한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경제개발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고려하고 싶어한다. 중국처럼 될까 봐 우려해서다. 북한은 중국이 너무 경제개발에만 치우쳐 심각해진 환경문제가 목덜미를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작년 10월에 평양에서 국제회의를 열었다. ‘북한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제였다. 기후변화, 산림경영, 농업관리, 폐기물처리, 관광개발, 물자원관리 등 6개 분과로 회의를 열었다. 이번엔 이 중 물자원관리와 폐기물처리를 자세히 다뤘다.”    – 워크숍의 성과는 무엇인가. “백두산 삼지연에서는 ‘백두산지대 환경보호를 위한 물자원과 폐기물관리’를 주제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과 함께 워크숍을 열었다. 평양에서는 대외경제성과 함께 폐기물관리와 재자원화 분야를 살펴봤다. 외국, 특히 중국은 어떤 식으로 물과 폐기물을 관리하는지 현황을 살펴봤다. 북한의 두 기관이 그에 관한 최신 동향을 알게 된 것이 성과다.”

북한 당국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특히 산림 쪽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나무를 다 땔감으로 쓰지 않았나. 산림이 황폐화됐다. 다음 지식교류 프로젝트로 산림 분야를 고민 중이다.”

평양 분위기는 어떤가. “여느때(business as usual)와 같다. 평상시처럼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4%였다. 1999년 6.1%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평양 거리 풍경이 어떤지 물었다. 박교수는 여명거리 얘기를 꺼냈다.

“평양 거리엔 나날이 새로운 빌딩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를 돌아봤다. 여명거리에서는 70층 아파트를 돌아보고 거기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도 만났다. 아파트 내부는 여느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넓고 살기에 쾌적해 보였다.”

박 교수는 북한 상황을 설명하며 신중히 단어를 선택한다. 어쩌면 그것이 7년간 대북 지식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일지 모른다. KPP의 프로그램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방문교수 프로그램이다. 북한의 젊은 학자들이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이다. 북한의 경제·경영·무역·금융 분야 전공교수들 중 매년 6명을 선발해 UBC로 초청한다. 주로 평양의 명문대 교수들이 뽑힌다. 매년 7월에 캐나다에 들어와 12월에 북한으로 돌아간다. 북한의 엘리트 6명이 한꺼번에 북한 밖으로 나와 6개월간 공부를 하고 돌아간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40명이 프로그램을 거쳤거나 공부 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나.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문적 업적이 높고 앞으로 그 분야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기준이다. 캐나다에서 배운 것을 북한에 돌아가서 오랫동안 가르쳐야 하니 30~40대의 젊은 교수진이 주된 선발 대상이다. 당연히 영어도 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김일성종합대, 인민경제대, 원산경제대, 평양외대, 김책공대, 평양상업대 소속 교수들이 왔다.”

▲ 지난 8월 3일 박경애 교수가 이끄는 KPP가 북한 대외경제성과 함께 평양에서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주제는 ‘폐기물관리와 재자원화’였다. photo 박경애 교수

캐나다에선 무슨 공부를 하나. “북한 교수들이 스스로 시간표를 짠다. UBC에 개설된 가을학기 학부와 대학원 강의 중 원하는 것을 고른다. 거시경제나 미시경제, 조직경영, 무역 재정 관련 과목들을 주로 듣는다. 학기 중에 토론토에 가서 법률회사와 은행, 보험회사 등을 견학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보기도 한다.”    – 6개월간의 학습인데 효과가 있나. “있다. 매년 4~5월경에 평양에 들어가서 UBC에서 배운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토론한다. 캐나다에서 공부한 걸 바탕으로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더라. 인민경제대에는 개발학과도 신설됐다. KPP 졸업생들이 큰 역할을 했다. 북으로 돌아가 책도 많이 낸다. 5권이나 쓴 교수도 있다. 정부에 학자로서 자문도 한다. 애초에 KPP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목표로 했던 게 강의, 연구, 정책자문 세 가지 분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었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박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중국과 북한의 공산주의 비교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10년간 교수로 재직하다 1993년에 UBC 교수로 취임했다. 처음 평양을 방문한 건 1995년이다. 박 교수가 북한-캐나다 수교에 역할을 하게 된 계기다.

“당시 캐나다와 북한 사이에는 공식외교 관계가 없었다. 다만 트랙2(track 2) 레벨에서 교류했다. 1995년에 저와 캐나다인 교수 2명이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비정부 차원의 방문이었다. 이듬해 북한에서 캐나다로 답방도 왔다. 1999년엔 캐나다 외무성 인사들과 함께 평양에 갔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자유당 정권이었다. 외교관계 수립 논의가 시작돼 2001년 수교를 했다.”

트랙2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뜻하는 정치 용어다. 민·관 교류는 트랙1.5라 부른다. 박 교수는 캐나다 국적자다.

이후 2010년 KPP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2년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 교류가 전면 끊겼다. 정치적 기류에 따라 관계가 좌우되는 게 안타까웠다. 비정치적인 학술교류, 지식교류를 하면 어떨까, 평양 쪽에 제안을 했다.”

캐나다 정부가 말리지 않았나. “2010년 5월, KPP 제안을 들고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마침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다. 캐나다 외무성에서는 북한행을 말렸다. ‘북한 정부와 고위급 접촉은 안 한다는 게 우리의 정책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없다. 평양에 안 들어가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별일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냥 평양으로 갔다. 협의는 잘 진행됐다. 그 이듬해 방문교수단 1기가 밴쿠버에 도착했다.”

마침 박 교수를 만나기 전날인 8월 9일 임현수 목사가 석방됐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북한을 드나들다 2015년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국가전복 음모행위’ 죄목으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31개월 만에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임 목사 이전에도 인도주의 활동이나 관광 등으로 북에 들어갔다가 북한 당국과 마찰을 빚은 인사들이 여럿 있었다. KPP의 경우 지금까지 그런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진적으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학술회의 개최와 외국 현장학습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경제특구 개발에 대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7개 나라에서 온 20명 이상의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 전문가들이 평양을 찾았다. 북한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명 넘는 북한의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평양 주재 해외 외교관들과 국제 기구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가했다. 다른 나라에서 특구 개발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2014년엔 외국 학자들과 북한 전역의 특구를 돌았다. 특구에 대해 물었다.

당시 외국 전문가들은 북한 특구 정책을 어떻게 봤나. “북한은 특구를 13개 지정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지정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북한 측은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각 도마다 특구를 지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백두산 삼지연에서 열린 워크숍 일정 중 백두산 천지를 찾은 박경애 교수. photo 박경애 교수

2015년엔 북한의 ‘학습 고찰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와 스위스를 방문했다. 두 번의 현장학습 모두 학술적이면서도 당장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주제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제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인도네시아 사례에서 배울 점을 살펴봤다. 스위스에서는 13명의 학습단이 제네바 UN본부와 베른대학을 찾아 축산과학기술에 대한 강습을 들었다. 강원도 세포군의 축산전문협동농장 위원회 관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은 2012년부터 세포군에 대규모 축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스위스 같은 낙농대국이 어떻게 축산 농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가축을 돌보는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북한과 교류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나. “투명성이다. 모든 걸 투명하게 해야 한다. 사전에 협의한 일만 진행한다. 사업을 확장할 때도 철저히 협의하에 진행한다. 한마디로 하겠다고 한 일만 하면 된다. 그 범위를 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안 생긴다. 범위를 넘으면 문제가 생긴다. KPP는 지식교류 협력 프로그램이다. 정치적인 일과 연관시키면 목적에서 벗어난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흘러간 것도 그 원칙 때문이었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국제 정세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획했던 일들이 취소되지 않고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7년간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을텐데. “국제 정세 때문에 북에서 오는 방문교수들의 비자가 안 나올까 봐 걱정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비자 발급이 거부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박 교수는 다시 밴쿠버로 돌아가 북에서 온 교수들이 캐나다에서 학문 활동과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당장 어떤 성과가 있는지 한국의 시각에선 잘 안 보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에 통일된 현대경제경영 교과서가 등장하는 날, 박 교수의 이름이 반드시 포함될 거라는 사실이다.